T자 코스·경사로 부활…‘물면허’ 오명 벗고 안전운전 디딤돌 선언

확 달라진 자동차운전면허시험…최대 난코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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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부터 운전면허시험이 강화됐다. ‘물면허’라는 오명을 얻은 운전면허시험이 ‘불면허’로 바뀌었다. 운전면허시험을 강화한 이유에 대해 경찰청은 “시험이 너무 단순해 안전이 우려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30호차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 장내기능시험장에서 응시자의 불합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차에서 내린 박수민 씨(20)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탈락인데 특히 T자 코스에서 감점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박 씨에 뒤이은 응시자 중에서도 불합격자가 속출했다. 아예 차량을 출발시키지도 못한 응시자는 감독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사정하기도 했다.

시험장 대기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응시자 10여 명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창문을 통해 앞선 응시자들이 운전하는 모습을 꼼꼼히 살피거나 눈을 감고 긴장을 푸는 사람도 있었다. 응시자들이 속속 불합격하자 안전요원들이 바빠졌다. 안전요원 여섯 명은 탈락한 응시생들이 운전하던 차량에 올라 시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작업을 반복했다.

경사로와 T자 코스에서 대부분 감점

응시생들을 곤혹스럽게 한 난코스는 경사로 구간이었다. 1종 면허 응시자 가운데 경사로에서 올라가지 못하거나 재출발 시간을 초과해 불합격되는 경우가 많았다. ‘2종 보통’은 직각주차 구간에서 차선 침범으로 많이 감점됐다. 탈락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100점을 받은 합격자도 나왔다. 조영진 씨(35)는 “세 번 도전 끝에 감점 없이 합격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 새로 바뀐 경사로나 T자 코스 때문에 시험 난이도가 매우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합격 비결에 대해 “운전면허 시험을 위해 마치 고시 공부하듯이 동영상과 관련 이론을 2주간 매일같이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응시자들은 가속구간을 제외한 코스에서 2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기능시험에서 불합격한 응시생 상당수는 면허취소자였다. 변경된 기능시험 코스는 운전에 익숙한 운전자라 할지라도 운전습관이 잘못 들었다면 쉽게 합격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운전면허시험이 강화됐다. 2011년 6월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자 ‘물면허’라 불리는 운전면허시험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은 필기시험,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으로 나눠 치러진다. 개선된 운전면허시험은 학과시험의 경우 문제은행 문항 수가 730개에서 1000개로 확대되고 40문항이 출제된다. 보복운전과 같이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항들과 이에 대한 법령을 반영한 문제들이 추가됐다. 장내시험의 개선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2개 평가항목에 운전 활용도가 높고 주행능력을 향상시키는 ① 경사로 ② 좌·우회전 ③ 전진(가속) ④ 신호교차로 ⑤ 직각주차를 추가하여 7개 평가항목으로 확대했다. 전체 주행거리도 기존의 50m에서 300m 이상으로 늘어났다.

초보운전자 운전역량 향상에 도움

‘T자 코스’와 경사로가 부활되고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가속 코스가 추가되었다. ‘T자 코스’는 방향전환보다는 주차 능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도로 폭이 과거보다 50cm 줄어든 3m다.

실격기준도 현재 좌석 안전띠 미착용, 사고 야기 항목에 시험코스 누락, 신호 위반, 음주·약물 운전, 경사로 정지 후 30초 이내 미통과, 뒤로 1m 이상 밀릴 때, 30초 이내 미출발을 추가해 7개 항목으로 강화했다. 도로주행시험은 차량 성능 개선 등 달라진 교통환경을 반영해 채점항목을 87개에서 57개로 줄였다. 그러나 방향지시등(깜빡이) 조작 점수를 3점에서 7점으로 높이는 등 배점 기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또 기존에는 5회 이상 엔진을 꺼뜨리면 실격됐지만 앞으로는 3회 이상으로 실격 기준이 강화됐다.

안전교육과 직결되는 기능교육시간을 늘렸다. 의무교육시간은 총 13시간을 유지하면서 학과교육은 기존의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였다. 그 대신 안전운전과 직결되는 장내기능교육은 기존의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렸고, 도로주행은 현재와 동일하게 6시간으로 정했다. 새로 바뀐 운전면허시험에 대해 우덕균 강서운전면허시험부장은 “확실히 새로 바뀐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분들의 운전 실력이 좋다. 신호 준수, 안전벨트 착용 여부, 직각주차 등 세부적인 평가요소들이 모두 안전운전을 위한 밑거름이다. 바뀐 시험이 정착되면 실제 사고도 줄어들어 덩달아 교통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92.8%에 달했던 운전면허시험 합격률은 현재 대폭 낮아진 상태다. 강서운전면허시험장 김유정 대리는 “초반 저조했던 합격률이 점차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며 “몇 개월이 지나면 바뀐 운전면허시험제도가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려워진 운전면허시험을 찬성하는 응시자도 있었다. 박종탁 씨(62)는 “비록 시험에 불합격했지만 안전운전을 위해서 시험 난도가 높아진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예비운전자들이 그만큼 더 공부하고 신중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들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험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교통사고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교통사고 감소는 도로여건 개선과 교통단속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운전면허시험 개선이 사고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초보운전자의 운전역량 향상과 교통사고 감소에는 분명 기여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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