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식 슬로 라이프 ‘휘게’ 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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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안락한 상태를 뜻하는 단어 ‘휘게(Hygge)’가 뜨고 있다. 덴마크의 라이프스타일을 칭하는 휘게는 지난 11월 옥스퍼드 영어사전 ‘올해의 단어’ 후보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영국 콜린스사전이 꼽은 올해의 단어 3위(1위 브렉시트, 2위 트럼피즘)에 올라 주목받았다. 2017년 트렌드 전망 도서인 〈트렌드 코리아 2017〉, 〈라이프 트렌드 2017〉 등에도 언급돼 다가오는 2017년 휘게 열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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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안락한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가 뜨고 있다. ⓒshutterstock


덴마크어 휘게는 영어로 표현하면 Coziness, 즉 안락함, 아늑함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고 느긋하게 어울리는 친교 활동을 말하지만, 대체로 감사하는 마음,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하게 사는 기쁨, 화목함, 따스함 등이 다 휘게에 포함된다. 남들에게 뭔가 대단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안락함·따스함 등을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 
미니멀 라이프·킨포크에 이은 전 세계 휘게 열풍

덴마크는 유엔이 올 초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 2016’에서 행복지수 1위에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하는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는 38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덴마크인의 행복에 덴마크인의 라이프스타일, 휘게가 미치는 영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휘게는 겸손하고 소박하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덴마크인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물질적인 것을 뛰어넘었을 때 행복감이 또렷해진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역사가 담긴 물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일례로 덴마크인은 가구나 생활 집기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 가족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매개체로 여기기도 한다. 가족 간의 휘게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휘게 이전에는 웰빙과 단샤리(미니멀 라이프), 킨포크가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2010년께 영미권에서 촉발된 미니멀 라이프 열풍은 누리집 ‘미니멀리스트’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잘나가던 회사에 돌연 사표를 던진 20대 후반의 운영자들은 "좋은 차, 큰 집을 가졌지만 주 70~80시간을 일하고 물건을 사들이는 일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며 물건을 줄이고 더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이 사이트는 1년 만에 방문자 수가 월 10만 명을 넘어서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단샤리(斷捨離)’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요가의 행법에서 착안한 말로, 일상의 불필요한 것을 끊어버린 심플한 삶이나 처세 등을 일컫는다. 단샤리 열풍을 타고 스타덤에 오른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 등은 영미권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몇 년 전부터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킨포크(Kinfolk)가 등장했다. 킨포크는 미국 포틀랜드의 한 부부가 발간한 잡지 이름이다. 지인과 음식을 나누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이 잡지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제철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고, 녹색 식물을 집 안에 들여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를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런 킨포크를 잇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휘게다.

 

과시용 아닌 자기만족 위한 아이템 소비 늘어나 
치열한 경쟁사회 피로감… 소박한 삶, 관계 속 행복 찾는다

한국에서도 휘게 열풍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최근 한 달간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월등하게 많이 팔린 물품 중 하나는 바로 꽃병(270% 증가)과 향초(53% 증가)였다. 과시형 상품이 아닌 자기만족형 아이템을 통해 내면의 만족과 위로를 얻으려는 소비 행태라는 평이다. 한 인테리어·가구업체에서는 원목 소재 가구와 대형 테이블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더 팔렸다. 휘게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따뜻한 소재의 원목,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의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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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켜고 달콤한 차 한 잔을 마시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바로 ‘휘게 라이프’다. ⓒshutterstock


덴마크 행복연구소 CEO 마이크 비킹은 한 인터뷰에서 휘게 열풍의 원인을 "국내총생산(GDP)으로만 사회 수준과 삶의 질을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패러다임에 대한 불만이 역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덴마크가 행복한 나라 1위인 것도 덴마크인의 행복의 기준이 ‘관계, 따스함, 친밀함’ 등에 있기 때문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 "물질만능주의, 치열한 경쟁, 이 속에서 젊은 층은 이제 휘게까지 받아들이게 됐다"며 휘게 열풍의 배경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생활 속 휘게는 어떻게 실천할까. 우선 소중한 사람들, 즉 가족과 친구, 이웃, 직장 동료 등과 좋은 감정을 공유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우선순위가 가족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정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때 휴대전화와 TV는 잠시 꺼두고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당장 어색하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로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내가 머무는 공간, 나의 보금자리를 사랑하고 가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은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구심점이 되기에 비싼 가방이나 옷을 사는 것보다 집을 꾸미는 것이 훨씬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 휘게 문화에서는 외식 대신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데, 이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한국식으로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내기보다 간소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서로 부담이 없어 ‘휘게’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방 안에 촛불을 켜고 가까운 지인에게 편지를 쓰는 것,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친구 또는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이 모두 휘게하는 삶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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